Panasonic Lumix S9 티타늄 골드. 딸깍 한 번의 풀프레임

세상에서 가장 작은 풀프레임 줌 렌즈와 버튼 한 번으로 끝나는 색

카메라를 오래 쓰다 보면 알게 된다. 좋은 사진과 좋은 결과물 사이에는 편집이라는 긴 강이 흐른다는 것을. 잘 찍어도 색을 입히고 다듬는 과정이 없으면 그 사진은 완성되지 않는다. 그 강을 건너는 일이 언제나 번거로웠다.

파나소닉 루믹스 S9은 그 강에 다리를 놓았다. 버튼 한 번. 딸깍. 색이 입혀진다.

그리고 이번에 고른 색은 티타늄 골드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고급스럽다.

딸깍, 색이 입혀진다

S9의 핵심은 리얼타임 LUT(Real Time LUT)다. LUT은 사진과 영상에 특정한 색감을 입히는 프리셋인데, 보통은 촬영이 끝난 뒤 컴퓨터에서 적용한다. S9은 이걸 촬영 순간에, 카메라 안에서 바로 입힌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미 완성된 색으로 미리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루믹스 랩(LUMIX Lab) 앱이 붙는다. 스마트폰에서 나만의 색감 프리셋을 만들어 카메라로 전송하면, 촬영하면서 그 색을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촬영 후가 아니라 촬영 중에. 이건 시간을 아끼는 정도가 아니라 사진을 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더 좋은 건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루믹스 공식 웹사이트에서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LUT을 다운받아 내 카메라에 넣는다. 버튼 한 번으로 그 사람의 색이 내 사진에 입혀진다. 색을 만드는 재능이 없어도, 색을 고르는 안목만 있으면 된다.

찍고, 딸깍, 폰으로 전송, 바로 공유. 편집이라는 긴 강이 짧은 개울이 됐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풀프레임 줌

번들로 오는 18-40mm F4.5-6.3 렌즈가 이 카메라의 숨은 주인공이다. 파나소닉은 이 렌즈를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풀프레임 줌 렌즈라고 말한다. 길이 약 4cm, 무게 약 155g. 렌즈라기보다 팬케이크에 가까운 크기다.

그런데 화각이 18mm부터 시작한다. 초광각이다. 풀프레임에서 18mm 초광각을 이 크기의 번들 렌즈로 제공한다는 건 흔치 않다. 좁은 실내, 넓은 풍경, 건축물, 일상 스냅까지 이 하나로 다 담긴다. 인테리어 현장에서 공간을 넓게 담아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18mm 시작은 특히 반갑다.

번들 렌즈는 보통 아쉬움의 대상이다. 일단 딸려오니까 쓰지만 곧 바꾸고 싶어지는 것. 그런데 S9의 18-40mm는 다르다. 이 작은 크기와 초광각의 조합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다. S9의 컴팩트한 바디에 이 렌즈를 물리면, 풀프레임 카메라가 주머니 근처까지 온다.

티타늄 골드라는 선택

S9은 아홉 가지 컬러로 나온다. 다크 올리브, 나이트 블루, 크림슨 레드, 제트 블랙, 민트 그린, 사쿠라, 화이트 실버, 블랙 실버, 그리고 티타늄 골드. 카메라를 색으로 고른다는 것 자체가 S9의 성격을 보여준다. 이건 장비가 아니라 물건이다. 손에 들고 다니고, 보이고,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

티타늄 골드를 골랐다. 금색이라고 하면 요란할 것 같지만 실물은 정반대다. 채도가 낮은 샴페인 골드에 가까워서, 빛에 따라 은은하게 톤이 바뀐다. 과하지 않고 차분하게 고급스럽다. 카메라를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그 질감이, 매일 들고 다니고 싶게 만든다.

알아둘 것

S9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카메라다. 24.2MP 풀프레임 센서, 인바디 손떨림 보정, 위상차 하이브리드 AF, 6K 오픈게이트 녹화까지 들어있다. 스펙만 보면 상급기 못지않다.

다만 방향이 명확한 카메라다. S9에는 뷰파인더(EVF)가 없다. 후면 LCD로만 구도를 잡는다. 밝은 야외에서 화면이 잘 안 보일 수 있다. 전통적인 카메라 조작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이건 단점이라기보다 성격이다. S9은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찍는 카메라가 아니라, 화면을 보며 가볍게 찍고 바로 공유하는 카메라다.

한국 가격은 18-40mm 키트 기준 200만 원 안팎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할인가로 $1,328까지 내려간 적이 있어, 가격은 시기와 채널에 따라 변동이 있으니 구매 전 확인이 필요하다.

OriginalFilename:PANA0033_lab_lab.JPG

에디터’s 노트

카메라를 20년 넘게 써왔다. 펜탁스에서 시작해 니콘을 거쳐 소니까지. 그 긴 시간 동안 카메라는 점점 더 잘 찍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S9은 조금 다른 질문을 한다. 잘 찍는 것 다음, 그러니까 그 사진을 어떻게 완성하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

딸깍 한 번으로 색이 입혀지고, 딸깍 한 번으로 폰에 전송되고, 바로 세상에 공유된다. 좋은 물건은 좋은 사람에게 가면 계속 제 역할을 한다는데, S9은 그 역할을 하기까지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였다. 그리고 티타늄 골드라는 색으로, 그 과정을 매일 손에 쥐고 싶게 만들었다.

항상 하는말이지만

매일 쓰는 물건이 예쁘면 어느 정도 용서된다. S9은 용서할 것이 별로 없는데도, 예쁘다.


Panasonic Lumix S9 (DC-S9) | 18-40mm F4.5-6.3 키트 기준 약 200만 원선
센서: 24.2MP 풀프레임 | 손떨림 보정: 인바디(B.I.S.) | AF: 위상차 하이브리드
영상: 6K 오픈게이트 녹화 | 기능: 리얼타임 LUT, 크롭줌, 하이브리드줌
앱: LUMIX Lab (LUT 제작 전송, 리모트 촬영, 고속 전송)
번들 렌즈: LUMIX S 18-40mm F4.5-6.3 (세계 최소 최경량 풀프레임 줌, 약 155g)
컬러: 티타늄 골드 외 9종 | 마운트: L-마운트
참고: EVF(뷰파인더) 미탑재, 후면 LCD 전용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