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izen Tsuyosa Shore Time Slip. 50만원대에 담은 빈티지 다이버

12,000개 한정, 스모크드 블랙 다이얼과 골드 액센트의 조합

한정판이라는 말에는 늘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다. 희소성을 앞세운 마케팅이 대부분이고, 실제로는 손에 넣기 어렵거나, 손에 넣는다 해도 값이 과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끔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 한정판인데 실제로 살 수 있고, 가격도 납득이 가는.

시티즌 츠요사 쇼어 타임슬립(Citizen Tsuyosa Shore Time Slip)이 그런 시계다.

츠요사, 그리고 쇼어

츠요사(Tsuyosa)는 시티즌이 2022년 선보인 컬렉션이다. 일본어로 강함을 뜻하는 이름 그대로, 인티그레이티드 브레이슬릿에 미니멀한 다이얼을 얹은 합리적인 가격의 오토매틱 스포츠 워치로 자리 잡았다. 저렴한 자동 스포츠 워치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 꼽힌다.

쇼어(Shore)는 2026년 초에 나온 츠요사의 다이버 버전이다. 기존 40mm 3핸드 스틸 스포츠 워치를 기반으로, 방수 성능을 100m로 두 배 높이고 단방향 회전 베젤을 더했다. 다이빙 타이머 스케일이 들어간 120클릭 베젤이 툴 워치의 성격을 부여한다. 시티즌은 이걸 다이버 워치라고 공식적으로 부르진 않지만, 일상 착용과 가벼운 수영에는 충분한 사양이다.

이번 타임슬립은 그 쇼어에 빈티지 감성을 입힌 한정판이다.

타임슬립이라는 미학

타임슬립은 지난해 일반 츠요사 라인에 처음 도입된 디자인 언어다. 곱게 그레인 처리된 텍스처와 스모크드 그라데이션 마감이 특징이다. 기본 쇼어 모델의 밝고 선명한 색과 대비되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빈티지한 분위기를 낸다.

다이얼은 스모크드 블랙 그라데이션이다.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후메(fumé) 스타일에 미세한 그레인 텍스처가 얹혔다. 여기에 골드 컬러의 아플라이드 인덱스와 핸즈가 대비를 이룬다. 검정과 금색의 조합. 블랙 앤 길트(black and gilt)라 불리는 이 배색은 빈티지 시계 애호가들이 특히 사랑하는 조합이다. 베젤의 60분 스케일도 골드 컬러로 통일돼 있다.

기본 쇼어가 블루 선레이나 그린 다이얼로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타임슬립의 스모크드 블랙은 확실히 무게감이 다르다. 한 리뷰어는 이 다이얼이 다른 쇼어 모델들을 압도한다고 표현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

케이스는 40mm 지름에 12.5mm 두께. 스테인리스 스틸에 브러시드와 폴리시드 마감이 섞여 있다. 4시 방향에 리세스드 크라운, 사파이어 크리스탈에는 날짜 확대 렌즈가 있고, 케이스백은 투명해서 무브먼트가 보인다.

무브먼트는 시티즌 자사 칼리버 8210이다. 오토매틱, 21주얼, 21,600 진동, 42시간 파워리저브. 핵킹 세컨즈(스톱 세컨즈) 기능이 있어서 초 단위로 시간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이 가격대에서 인하우스 자동 무브먼트에 핵킹 기능까지 갖춘 건 분명한 강점이다. 정확도는 하루 -20에서 +40초 수준이다.

브레이슬릿은 3링크 스테인리스 스틸에 브러시드와 폴리시드가 섞인 구성, 폴딩 클래스프다.

가격 이야기

여기서 솔직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가격 정보가 매체마다 엇갈렸다.

처음 7월 공개 당시 예상가는 $462.50이었다. 이후 여러 매체가 $495로 보도했다. 그런데 실제 시티즌 미국 스토어에 올라온 최종 가격은 $525다. 처음 예상보다 약 13.5% 오른 셈이다. 유럽은 €359, 영국은 부가세 포함 £349다. 지역별로 환율을 감안하면 차이가 꽤 난다. 한국 정식 발매가와 시기는 시티즌 코리아를 통해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12,000개 한정이다. 지난 오리지널 타임슬립이 8,000개였던 것에서 늘었다. 솔직히 한정판이라기엔 수량이 많은 편이다. 한 리뷰어의 표현처럼, 이걸 놓친다면 그건 일부러 안 산 것에 가깝다. 바꿔 말하면, 희소성으로 프리미엄이 붙는 시계가 아니라 원하면 실제로 살 수 있는 시계라는 뜻이다.

에디터’s 노트

시계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주 수천만 원짜리 럭셔리 워치의 세계에 갇힌다. 그러다 보면 잊게 된다. 시계 세계의 훨씬 넓은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를.

시티즌은 그 사실을 일깨우는 브랜드다. 에코드라이브로 유명하지만, 이렇게 기계식 오토매틱 스포츠 워치도 만든다. 그것도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50만원대에.

츠요사 쇼어 타임슬립은 화려한 시계가 아니다. 대신 정직한 시계다. 스모크드 블랙과 골드라는 검증된 빈티지 조합, 자사 자동 무브먼트, 다이버 사양, 그리고 실제로 살 수 있는 가격과 수량. H. Moser가 4천만원짜리 시계에 농구화 버튼을 달아 유쾌함을 팔았다면, 시티즌은 50만원대에 정직한 만듦새를 판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둘 다 시계를 즐기는 방법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첫 자동 시계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혹은 부담 없이 손목에 올릴 빈티지 무드의 데일리 워치를 찾는 사람에게, 이 시계는 충분히 값을 한다.


Citizen Tsuyosa Shore Time Slip (NJ0238-57E) | 12,000개 한정 | 2026년 8월 출시
가격: US $525 · EUR €359 · UK £349 (한국 발매가 별도 확인)
케이스: 40mm x 12.5mm 스테인리스 스틸 · 단방향 회전 베젤 · 100m 방수
다이얼: 스모크드 블랙 그라데이션 + 그레인 텍스처 · 골드 인덱스/핸즈
무브먼트: 시티즌 자사 칼리버 8210 · 오토매틱 · 21주얼 · 21,600vph · 42시간 파워리저브 · 핵킹 세컨즈
글라스: 사파이어 크리스탈 (날짜 확대 렌즈) · 투명 케이스백
브레이슬릿: 3링크 스테인리스 스틸 · 폴딩 클래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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