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메르 카드홀더를 만드는 그 공방, 로고는 빼고 일 부세토 마그네틱 카드홀더

조용한 럭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르메르의 그 카드홀더를 한 번쯤 봤을 것이다. 봉제선 하나 없이 매끈한, 딱 손바닥만 한 가죽 물건. 나도 오래 담아뒀다. 그러다 알게 됐다. 그걸 만드는 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일 부세토(Il Bussetto). 이탈리아의 작은 가죽 공방이다. 르메르가 파는 카드홀더에는 “IL BUSSETTO FOR LEMAIRE”라는 이름이 붙는다. 다시 말해, 르메르 감성의 원본을 만드는 곳이 바로 여기다. 로고가 붙으면 값이 오른다. 로고를 떼면 물건만 남는다. 이 기사는 그 물건에 관한 이야기다.

봉제선이 없다

일 부세토의 카드홀더에는 바늘땀이 없다. 가죽을 나무틀에 얹고 물로 성형해 곡면을 잡는, 스티치 없이 완성하는 전통 기법으로 만든다. 그래서 겉면에 이음선도, 실밥도 보이지 않는다. 손에 쥐면 재봉된 지갑과 다른 밀도가 만져진다. 한 덩어리의 가죽이 그대로 형태가 된 느낌이다.

가죽은 식물성 무두질(베지터블 탠드) 처리한 큐오이오(Cuoio). 화학 코팅을 얹지 않고 색을 손으로 입힌다. 그래서 새 제품은 조금 뻣뻣하고, 색도 정직하다.

쓸수록 내 것이 된다

이 가죽의 진짜 이야기는 시간에 있다. 베지터블 탠드 가죽은 손기름과 햇빛을 받아 서서히 짙어진다. 모서리부터 윤이 오르고, 반년쯤 지나면 처음의 뻣뻣함이 손에 맞게 눕는다. 공장에서 완성되어 나오는 물건이 아니라, 주인이 완성하는 물건이다. 오프플랜이 오래 좋아해 온 방식이다.

마그네틱 여밈은 딱 필요한 만큼만 잡아준다. 카드는 약 20장까지 들어가지만, 지갑은 늘 조금 비워둘 때 가장 예쁘다.

스펙과 가격

크기는 10×5.5×1cm. 명함이든 카드든 20장 남짓. 컬러는 12가지로, 데저트나 포레스트그린 같은 이름을 붙인 채도 낮은 색들이 특히 이 브랜드답다. 공식가는 약 $92, 국내에서는 대체로 16만 원 전후에 팔린다. 르메르 로고가 붙은 버전보다는 확실히 낮다.

에디터’s 노트

솔직히 카드홀더에 16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이건 계산이 좀 다르다. 매년 새로 사는 물건이 아니라, 매년 더 좋아지는 물건이니까. 르메르의 무드를 갖고 싶었지만 로고값이 망설여졌다면, 답은 이미 이름 안에 적혀 있다. IL BUSSETTO FOR LEMAIRE. 여기서 뒤의 두 단어만 지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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