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캐릭터가 차고 있던 시계를, 현실에서 그대로 살 수 있다면. 오메가가 007 퍼스트 라이트에서 그랬듯, 이번엔 해밀턴이 콜오브듀티에서 같은 일을 했다.
2026년, 해밀턴이 카키필드 메카니컬 x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4 스페셜 에디션을 공개했다. 게임 속 태스크포스 141의 리더, 프라이스 대위(Captain John Price)가 손목에 차는 바로 그 시계다. 게임과 함께 10월 23일 출시된다.
한국인만 알아챌 수 있는 디테일
이 시계에는 한국 사람이라면 무릎을 칠 만한 지점이 하나 있다. 4시 방향의 숫자 4다.
해밀턴은 이 다이얼에 모던워페어 4의 상징적인 숫자 4 서체를 그대로 새겼다. 게임 로고의 그 각진 4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어를 아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숫자 4는 한국어로 사(四)이고, 이 발음은 죽음을 뜻하는 사(死)와 정확히 같다. 그래서 이 4시 방향의 4는, 한국인의 눈에는 죽음의 시간처럼 읽힌다.
전쟁 게임의 주인공이 손목에 차는 밀리터리 워치. 그 문자판의 4시 방향에 죽음이 새겨져 있다는 것. 이것은 해밀턴이 의도한 공식 설정은 아니다. 한국어라는 언어 안에서 우연히 겹쳐진 중의성이다. 그러나 바로 그 우연이, 이 시계를 한국인에게 특별하게 만든다. 만든 사람은 몰랐을 의미를, 보는 사람이 발견하는 재미. 좋은 물건은 때로 만든 이의 의도를 넘어선다.

게임을 위한 장난감이 아니다
콜라보 시계는 자칫 로고만 붙인 굿즈가 되기 쉽다. 그런데 이 시계는 다르다. 애초에 실체가 탄탄한 카키필드 메카니컬을 기반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카키필드 메카니컬은 해밀턴의 대표 밀리터리 워치이자, 현대 필드워치의 정석으로 꼽히는 모델이다. 작고, 단순하고, 수동으로 감는다. 그 디자인은 수십 년 전 군용 시계의 계보를 그대로 잇는다. 해밀턴은 이 콜라보를 위해 프라이스 대위의 영국군 배경에 주목했고, 영국군에 지급되던 제너럴 서비스 워치(General Service)를 디자인 레퍼런스로 삼았다. 게임 캐릭터의 국적과 시계의 역사가 정확히 맞물린 것이다.
38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샌드블라스트 블랙 PVD 코팅을 입혔다. 거칠게 그레인 처리된 블랙 다이얼, 카키 그린 텍스타일 스트랩, 슈퍼루미노바 야광, 사파이어 크리스탈. 겉모습은 철저히 밀리터리 툴워치이면서, 게임의 정체성을 서체와 색상과 케이스백에 녹여냈다.
무브먼트는 해밀턴의 수동 와인딩 H-50이다. ETA 2801 기반에 파워매틱 80 계열의 긴 구동 시간을 얹어, 80시간 파워리저브를 확보했다. 니바크론 밸런스 스프링으로 자기장에도 강하다. 수동으로 감는다는 것은 초기 해밀턴 필드워치, 즉 자동 무브먼트가 보급되기 전 전시의 군용 시계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게임의 세계와 시계의 역사가 이 지점에서 다시 만난다.

케이스백과 시가 케이스
디테일은 뒤와 포장에서 완성된다. 케이스백에는 모던워페어의 사운드웨이브 그래픽이 각인됐다. 앞면은 누가 봐도 정통 필드워치이고, 뒷면에 이 에디션만의 정체성을 숨겨둔 것이다.
포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해밀턴은 이 시계를 전통적인 시가 케이스를 본뜬 가죽 프레젠테이션 케이스에 담아 제공한다. 시가는 프라이스 대위의 가장 상징적인 캐릭터 특징 중 하나다. 시계 자체를 넘어, 캐릭터의 세계를 손에 쥐게 만드는 장치다.

해밀턴이 잘하는 일
사실 해밀턴에게 이런 작업은 특기다. 이 브랜드는 지난 수십 년간 50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시계를 올려온, 스크린 존재감의 대가다. 최근에는 게임으로 영역을 넓혔다. 파 크라이 6, 레지던트 이블 리퀴엠, 그리고 콜오브듀티. 콜오브듀티와의 협업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25년 블랙옵스 7을 위한 카키필드 오토가 첫 작품이었다. 이번 모던워페어 4는 그 후속작이자, 시리즈 최초의 수동 와인딩 모델이다.
가격은 미국 795달러, 유럽 750유로, 스위스 675프랑. 한국은 120만원 레퍼런스 H69469930. 2026년 10월 23일, 게임과 함께 출시된다.
에디터’s 노트
제품 배치는 보통 관객에게 물건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해밀턴이 하는 일은 조금 다르다. 허구의 세계 안에 자연스럽게 속해 있던 물건을, 그 세계 밖의 사람들에게 건네는 것이다. 프라이스 대위는 어느 날 갑자기 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원래 그런 시계를 찰 법한 사람이고, 해밀턴은 그 시계를 현실로 꺼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콜라보는 로고 두 개를 붙인 것 이상의 무게를 가진다. 게임이 시계를 장식한 것이 아니라, 시계의 역사가 게임 캐릭터를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자판의 4시 방향에는, 만든 이는 몰랐을 한국어의 죽음이 조용히 새겨져 있다. 좋은 물건은 좋은 사람에게 가면 계속 제 역할을 한다. 이 시계는 게이머에게도, 시계 애호가에게도, 그리고 한국어를 아는 사람에게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 역할을 할 것이다.
4시 방향 숫자 4의 죽음(死) 해석은 한국어 발음에서 비롯된 중의적 감상이며, 해밀턴의 공식 디자인 의도가 아닙니다.
Hamilton Khaki Field Mechanical x Call of Duty: Modern Warfare 4 | Ref. H69469930
가격: US $795 · EUR €750 · CHF 675 | 2026년 10월 23일 게임과 동시 출시
케이스: 38mm 스테인리스 스틸 · 샌드블라스트 블랙 PVD · 50m 방수 · 사파이어 크리스탈
다이얼: 그레인 블랙 · 모던워페어 4 숫자 4 서체 · 슈퍼루미노바
무브먼트: 수동 와인딩 H-50 · 80시간 파워리저브 · 니바크론 · 21,600vph
디테일: 케이스백 모던워페어 사운드웨이브 각인 · 시가 케이스 모티프 가죽 패키지
전작: 카키필드 오토 x 블랙옵스 7 (2025) | 콜오브듀티 협업 2번째, 시리즈 첫 수동 와인딩
해밀턴 게임 협업 이력: 파 크라이 6 · 레지던트 이블 리퀴엠 · 콜오브듀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