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에서 300m로, 조용히 완성형이 된 프로스펙스 GMT 다이버
어떤 시계는 이름보다 별명으로 먼저 불린다. 세이코 프로스펙스 1968 헤리티지 다이버스 GMT HBC001이 그렇다. 공식 이름은 길고 복잡한데, 사람들은 그냥 두 가지로 부른다. 초록이라서 헐크, 그리고 오타니가 차서 오타니 시계.
둘 다 세이코가 붙인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별명들이 이 시계의 정체성을 정확히 요약한다.
헐크라는 별명

헐크는 원래 롤렉스 서브마리너의 올그린 버전에 붙던 별명이다. 초록 다이얼에 초록 베젤. 시계 애호가들은 이 초록초록한 조합을 헐크라 부른다. 세이코에도 그런 초록 다이버가 여럿 있고, HBC001은 그중에서도 최신작이다. 딥 그린 다이얼에 매칭되는 그린 세라믹 베젤, 그리고 골드 컬러의 GMT 핸드가 대비를 이룬다. 검정 버전은 HBC002로 따로 나온다.
다크 그린은 실물에서 특히 좋다. 밝은 초록이 아니라 깊고 차분한 녹색이라, 조명에 따라 톤이 달라진다. 골드 GMT 핸드와의 대비가 이 시계의 인상을 결정한다.
오타니 시계라 불리는 이유
HBC001이 속한 1968 헤리티지 GMT 라인은 오타니 쇼헤이가 세이코 프로스펙스 앰버서더로 착용해온 계열이다. 오타니 전용 한정판(SBDC191, 2026년 SBDC222 등)은 따로 있지만, 이 정규 GMT 라인 역시 오타니가 실착하면서 오타니 시계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오타니를 위해 만든 한정판이 아니라, 오타니가 즐겨 찬 정규 모델이다. 이 구분은 알아두는 게 좋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가 수억짜리 시계 대신 100만원대 세이코를 찬다는 것. 그 자체가 이 시계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 됐다.

조용한 업그레이드
HBC001의 진짜 이야기는 디자인이 아니라 완성도다. 이 시계는 2023년에 나온 SPB383(그린)을 대체하는 정규 모델이다. 겉모습은 거의 똑같다. 나란히 놓고 30초를 째려봐야 다이얼의 방수 표기가 200m에서 300m로 바뀐 걸 겨우 알아챌 정도다.
그런데 그 안에서 중요한 것들이 바뀌었다.

방수 성능이 200m에서 300m로 강화됐다. 50% 향상이다. 그런데도 케이스 두께는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방수를 높이면 보통 두꺼워지는데, 세이코는 그 물리적 상충을 잡아냈다. 그리고 새로운 6단계 미세조정 클래스프가 들어갔다. 다이빙 슈트 위에서든 여름에 부은 손목에서든, 브레이슬릿 길이를 그때그때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플래그십 마린마스터에 먼저 적용됐던 기능이 이 라인까지 내려온 것이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6R54다. 세이코 최초의 기계식 GMT 다이버 무브먼트 계열로, 오토매틱, 24주얼, 21,600vph, 파워리저브 약 72시간. GMT 핸드를 시간 단위로 독립 조정할 수 있는 트래블러 GMT 방식이라, 시간을 멈추지 않고 두 번째 시간대를 읽을 수 있다.
스펙과 가격

케이스는 42mm 지름, 두께 약 12.9mm, 러그투러그 48.6mm. 1968년 세이코의 프로페셔널 다이버를 재해석한 각진 케이스에 미러 폴리시드 측면, 4시 방향 스크류다운 크라운. 사파이어 크리스탈, 루미브라이트 인덱스와 핸즈.
가격은 미국 $1,500에서 $1,700 사이, 유럽 €1,900 수준으로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기된다. 지역과 채널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구매 전 확인이 필요하다. 한국 정식 발매가는 삼정시계를 통해 별도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출시는 2026년 봄이다. 한정판이 아니라 정규 컬렉션 모델이라, 원하면 살 수 있다.
케이스 두께는 매체에 따라 12.9mm와 13.3mm로 다르게 표기되어 확인이 필요하다.
에디터’s 노트
H. Moser가 4천만원짜리 시계에 농구화 버튼을 달아 유쾌함을 팔고, 오메가가 게임 속 본드 시계를 현실로 가져오는 동안, 세이코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3년 전에 나온 좋은 시계를, 요란한 발표 없이, 조용히 더 좋게 만드는 일.
HBC001은 새로운 시계가 아니다. 이미 좋았던 시계의 완성형이다. 방수를 높이고, 클래스프를 개선하고, 나머지는 건드리지 않았다.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은 바꾸지 않는다는 태도. 그것이 이 100만원대 다이버를 신뢰하게 만든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가 이 시계를 차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시계는 숫자보다 태도로 말한다. HBC001의 초록은 그 태도의 색이다.
Seiko Prospex 1968 Heritage Diver’s GMT HBC001 (HBC001J1) | 2026년 봄 출시
가격: US $1,500~$1,700 · EUR €1,900 (한국 발매가 별도 확인)
케이스: 42mm 지름 · 약 12.9mm 두께 · 48.6mm 러그투러그 · 스테인리스 스틸
방수: 300m (구형 SPB383 200m에서 강화) · 그린 세라믹 단방향 베젤
다이얼: 딥 그린 · 골드 GMT 핸드 · 루미브라이트
무브먼트: 칼리버 6R54 · 오토매틱 GMT · 24주얼 · 21,600vph · 파워리저브 약 72시간
특징: 6단계 미세조정 클래스프 · 트래블러 GMT · 사파이어 크리스탈
별칭: 헐크(초록 조합 별명), 오타니 시계(오타니 착용 정규 라인) · 블랙 버전 HBC002
전작: SPB383 (2023, 200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