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디스크맨은 CD를 들고 다니는 방식을 만들었다. 1984년.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CD 매출은 매년 죽는다고 했다. 그런데 죽지 않았다.
2026년 5월, 중국 오디오 브랜드 샨링(Shanling)이 EC Play를 내놨다. 포터블 CD 플레이어. 알루미늄 바디. 블루투스 6.0. 밸런스드 출력. 12시간 배터리.
디스크맨이 돌아온 것이 아니다. 디스크맨이 한 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30년의 CD 제조사가 만든 가장 저렴한 기계
샨링은 30년 넘게 CD 플레이어를 만들어온 회사다. 1990년대 보급형부터 R2R DAC와 진공관을 넣은 EC Zero T 같은 고급 모델까지. EC Play는 그 라인업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 가장 가볍고, 가장 작고, 가장 저렴하다.
그렇다고 대충 만든 물건이 아니다.
DAC는 Cirrus Logic CS43198. 하이파이 DAP에서 흔히 쓰이는 검증된 칩이다. 헤드폰 앰프는 SGM8262 듀얼 구성. 4.4mm 밸런스드 출력으로 32옴에서 700mW를 뿜는다. 고감도 이어폰부터 저항이 높은 풀사이즈 헤드폰까지 커버할 수 있는 출력이다. 3.5mm 싱글엔드도 있다. 가격 $199에 이 구성은 솔직히 놀랍다.
디스크 클램핑은 샨링의 액티브 마그네틱 클램프 시스템.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이동 중에도 안정적인 재생을 유지한다. CD, CD-R, CD-RW 모두 지원. 갭리스 재생.
배터리 3,450mAh. 연속 재생 12시간. 샨링 포터블 CD 플레이어 라인업 중 가장 긴 배터리다.

CD 플레이어인데 블루투스가 된다
EC Play의 독특한 점이 여기에 있다. 단순한 CD 플레이어가 아니다.
블루투스 6.0을 양방향으로 지원한다. 송신 모드에서는 블루투스 헤드폰에 음악을 보낸다. 수신 모드에서는 스마트폰의 음악을 EC Play로 받아서 유선 헤드폰으로 듣는다. LDAC, AAC, SBC 코덱 지원. CD가 없을 때는 고품질 블루투스 DAC/앰프로 쓴다는 뜻이다.
USB DAC 기능도 있다. PCM 32bit/384kHz, DSD256까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외장 DAC가 된다. 3.5mm 동축 SPDIF 출력으로 홈 오디오 시스템에 연결할 수도 있다.
앱이 없다. 물리 버튼으로 조작하고, 기기에 달린 작은 화면에서 설정을 바꾼다. 이것이 오히려 장점이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
무게 418g. 전체 알루미늄 바디. 피더 그린, 오닉스 블랙, 문라이트 실버 세 가지 컬러.

왜 지금 CD인가
스트리밍 시대에 CD가 돌아오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려 한다.
하나는 소유에 관한 것이다. 월정액을 내는 동안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서비스가 사라지면 음악도 사라진다. CD는 한 번 사면 영원히 내 것이다. 재킷이 있고, 라이너 노트가 있고, 선반에 꽂힌다. 그것이 물건이다.
다른 하나는 의식(儀式)에 관한 것이다. 케이스를 열고, 디스크를 꺼내고, 플레이어에 올리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 플레이리스트를 셔플하는 것과 다른 행위다. 음악을 듣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 그 과정 자체가 듣는 경험의 일부가 된다.
소니 워크맨 연재에서 다뤘던 이야기와 이어진다. 포맷이 죽는다고 해서 음악을 듣는 방식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욕망이 형태를 바꿔 다시 돌아온다.

단점
블루투스 송신 모드에서 SBC만 지원한다. 수신 모드는 LDAC까지 되는데, 정작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CD를 들을 때는 SBC로 떨어진다. 무선으로 듣고 싶다면 유선을 연결하는 것이 맞다. 이 기계의 본질은 유선이다.
$199에 FiiO, Moondrop 같은 경쟁 제품도 있다. 포터블 CD 플레이어 시장이 갑자기 붐비고 있다. 그 안에서 EC Play가 특별히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지 중 하나다.
에디터’s 노트
카메라를 20년 넘게 써온 사람으로서 포맷의 부활을 여러 번 봐왔다. 필름이 죽었다고 했는데 필름 카메라가 다시 팔린다. CD가 죽었다고 했는데 포터블 CD 플레이어가 다시 나온다.
죽지 않은 것들이 있다. 물건을 손에 쥐고,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경험하는 방식. EC Play는 그것을 $199에 파는 기계다. 비싸지 않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것이 들어있다.
Shanling EC Play | $199 / €220 / £209 | shanling.com
DAC: Cirrus Logic CS43198 | 앰프: SGM8262 듀얼
출력: 4.4mm 밸런스드 700mW@32Ω / 3.5mm 싱글엔드
블루투스 6.0 양방향: 송신(SBC) / 수신(LDAC, AAC, SBC)
USB DAC: PCM 384kHz/32bit, DSD256 | SPDIF 동축 출력
배터리: 3,450mAh / 최대 12시간 | 무게: 418g
컬러: 피더 그린 / 오닉스 블랙 / 문라이트 실버
지원 포맷: CD / CD-R / CD-RW / 갭리스 재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