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rari Luce ⓒ Ferrari S.p.A.
페라리는 오랫동안 단호했다. “전기 페라리는 없다.” 임원들은 수년간 그 말을 반복했다. V8의 포효가 사라진 페라리는 페라리가 아니라고. 그러나 2025년 10월, 마라넬로는 침묵을 깼다. 그리고 2026년 5월, 세상은 그 결과물을 처음 봤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리고 격렬했다.
루체(Luce), 빛
루체(Luce). 이탈리아어로 ‘빛’ 혹은 ‘조명’. 페라리는 이 이름이 명료함, 단순함, 미래 지향적 디자인과 연결된 새로운 철학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원래는 ‘엘렛트리카(Elettrica)’라 불렸던 이 차가 2026년 2월 9일 공식적으로 루체라는 이름을 얻었다.
번호와 알파벳 조합으로 이어지던 이름들 — F40, 488, SF90 — 대신 의미를 가진 단어 하나. 빛. 시작부터 다르다는 선언이다.
마라넬로 + 아이폰의 아버지
루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스펙이 아니라 크레딧이다. 페라리 치프 디자이너 플라비오 만조니가 이끄는 센트로 스틸레 페라리와, 조니 아이브(Jony Ive)와 마크 뉴슨(Marc Newson)이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콜렉티브 LoveFrom이 공동으로 루체를 디자인했다.

LoveFrom에는 처음부터 “프로젝트 전체 디자인 방향을 정의할 창의적 자유”가 주어졌다고 페라리 공식 프레스 릴리즈는 명시한다. 단순한 스타일링 협업이 아니었다. 아이폰, 아이팟, 아이맥을 만든 그 남자가 페라리의 첫 번째 전기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 것이다.
880V, 페라리가 처음부터 설계한 전기 뼈대
루체는 페라리가 이 차를 위해 전용으로 개발한 880V 플랫폼을 사용한다. 배터리는 SK온의 122kWh NMC이며, 3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4개의 전기 모터, 1,050마력, 0-100km/h 2.5초, 최고속도 310km/h,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 530km.
숫자는 말한다. 이것은 장식용 전기차가 아니다. 페라리 3세대 액티브 서스펜션이 적용됐으며, 48V 구동으로 반응 속도가 너무 빨라 안티롤 바가 불필요할 정도다. 리어 액슬에는 역대 페라리 라인업 중 가장 큰 단일 중공 주물 구조의 서브프레임이 사용됐다. 스포츠카 수준의 핸들링 정밀도와 세단의 승차감을 동시에 잡겠다는 선언이다.
예상을 벗어난 5도어 세단
루체는 길이 5.03m, 폭 2.0m, 높이 1.54m. 전 4좌석 SUV 푸로상게보다 약 2인치 낮다. 무게는 2,260kg. 뒷문은 힌지가 반대 방향인 코치도어 방식으로 열린다. 리어 휠 24인치, 프런트 23인치. C필러는 ‘플라잉 브리지’ 구조로 처리됐다.
쉬팅 브레이크, 왜건, 세단의 중간 어딘가. 범주가 없는 자동차. 그리고 그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애플 제품을 타는 기분의 인테리어

Ferrari Luce Interior ⓒ Ferrari S.p.A.
코닝의 고릴라 글라스 기반의 독자 소재가 전면에 사용됐다. E잉크 기술이 적용된 키는 전용 리세스에 도킹되는 순간 페라리 로고의 노란색이 드라이브 셀렉터로 전이된다. 센터 상단의 시계는 기계식 크로노그래프에서 영감받은 볼-소켓 조인트 구조로 회전하며, 스톱워치와 나침반을 겸한다.
그리고 조니 아이브의 가장 중요한 결정. 아이브와 페라리는 의도적으로 터치스크린 중심의 트렌드를 거부하고 물리 컨트롤과 촉각적 인터랙션에 집중했다. 모든 스위치는 서로 다른 촉감을 가져, 눈으로 보지 않아도 기능을 인식할 수 있다.
웨이모처럼 생겼다
공개 직후 인터넷은 들끓었다. “웨이모 느낌이 난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최악이다.” “페라리가 완전히, 그리고 철저히 정신을 잃었다.” 일부는 루체가 취소된 애플 카 프로젝트의 재활용 아이디어라고 주장한다. 카발리노 람판테 배지가 없었다면 페라리라고 알아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판의 핵심은 하나다. 이것은 페라리처럼 생기지 않았다.
“혁신 없는 디자인은 없다”
페라리와 아이브는 침묵하지 않았다. 플라비오 만조니는 말했다. “나에게 혁신 없는 디자인은 없다. 향수는 새로운 것을 과거와 비교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이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 말들이 틀린 것이 아니다. 1972년 박서 엔진을 얹은 365 BB가 처음 나왔을 때도, 1984년 테트라로사가 나왔을 때도, 2002년 엔초가 나왔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다. 페라리는 항상 자신의 시대를 앞질렀다.
8억 원짜리 질문
루체의 출발 가격은 €550,000, 약 640,000달러(한화 약 8억 원대)다. 생산은 마라넬로의 전용 시설 ‘E-빌딩’에서 이루어지며 2026년 시작 예정이다. 이 가격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가. 그것이 진짜 질문이다.
루체는 지금 이 순간 가장 논쟁적인 자동차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의도된 결과일 수 있다. 페라리는 전기차 시대에 조용히 적응하는 대신, 가장 시끄러운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선언했다.
조니 아이브의 손이 닿은 모든 것은 처음에 이상하거나 너무 단순해 보였다. 버튼 없는 아이폰. 손잡이 없는 아이팟. 그리고 지금, 배기음 없는 페라리. 빛이라는 이름의 이 차가 역사에 페라리의 가장 용감한 도전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가장 큰 실수로 기록될지 — 답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Ferrari Luce / ferra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