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약속, 구글의 엔진, 그리고 애플답지 않은 AI의 냄새
팀 쿡이 마지막으로 WWDC 무대에 올랐다. 그는 9월 1일부로 CEO직을 내려놓고 존 터너스에게 자리를 넘긴다. 26년. 스티브 잡스의 비전을 세계 최대 기업으로 구현한 그 시간의 마지막 챕터가 오늘 쿠퍼티노에서 조용히 닫혔다.
“이 여정을 함께할 수 있어 깊이 감사합니다.” 팀 쿡의 마지막 인사였다.
그리고 크레이그 페더리기가 무대를 이어받았다. 세 가지. 플랫폼 개선, 신뢰와 안전, 그리고 Apple Intelligence와 Siri. 오늘의 WWDC는 결국 그 세 번째에 모든 것이 걸려 있었다.
Siri AI — 2년의 기다림, 구글의 엔진

2024년 처음 예고했다가 무기한 연기됐던 Siri 전면 개편이 마침내 공개됐다. 이름은 Siri AI. 구글 Gemini 모델로 구동된다.
Siri는 이제 더 대화적이고, 더 상세하고, 더 맥락 중심으로 작동한다. ChatGPT 같은 서드파티 AI에 쿼리를 넘기지 않는다 — 구글 Gemini 모델로 구동된다는 사실을 잠깐 무시한다면.
이 문장이 오늘 WWDC의 가장 솔직한 요약이다.
iOS 27에서는 화면 중앙을 아래로 스와이프하면 Siri AI 인터페이스가 올라온다. 응답은 카드 형태로 표시되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화면에 있는 것을 기반으로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 헛간 사진을 보며 메이커 스페이스를 꾸미는 방법을 묻는 식으로.
모든 기기의 Siri 대화가 동기화된다. 아이폰에서 시작한 대화를 아이패드, 맥, 비전 프로, 애플워치에서 이어갈 수 있다.
지원 기기는 아이폰 16 시리즈 이상, 아이폰 15 Pro·Pro Max, M1 이상 아이패드·맥, 애플 비전 프로, 애플워치 시리즈 10 이상.
단, EU에서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이유로 iOS 27·iPadOS 27에서의 Siri AI 사용이 불가하다. macOS Golden Gate와 visionOS 27에서는 사용 가능하다.
iOS 27 — 속도, AI, 그리고 개인화

Siri AI가 시스템 전반에 걸쳐 개인 맥락과 화면 인식 능력을 갖췄다. Apple Intelligence 기능은 사진 편집부터 홈 앱의 보안 카메라 알림까지 전방위로 확대됐다.
Image Playground는 이번에 제대로 된 모습을 갖췄다. 사진 편집을 위한 생성형 기능들이 거의 모든 스타일에서 훨씬 더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출시 초기 아쉬움이 많았던 기능이 2년 만에 실용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
부모 통제 기능도 강화됐다. 앱 사용 제한, 방문 가능 웹사이트 설정 등 더 세밀한 자녀 관리 도구가 추가됐다.
macOS Golden Gate — 속도와 설계의 균형

macOS 27의 이름은 Golden Gate. 더 나은 AI와 부드러운 성능이 핵심이다.
AirDrop 전송 최대 80% 빨라졌고, Mail 로딩과 Apple Music 재생 시작 속도도 크게 개선됐다. 앱 전반의 툴바가 통일됐고, 사이드바가 화면 끝까지 확장된다. 창 코너 반지름이 조정됐고 앱 아이콘이 전면 리프레시됐다.
Siri AI는 macOS에서 Spotlight 검색에 통합됐다. 맥에서는 이미지, 텍스트, 영상을 Ctrl+클릭으로 Siri에 바로 연결할 수 있다.
Liquid Glass — 투명도 슬라이더의 고백
지난해 iOS 26에서 강제 적용됐던 Liquid Glass 디자인에 투명도 조절 슬라이더가 추가됐다.
이것은 작은 업데이트가 아니다. 처음부터 옳지 않았다는 것을 애플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렸던 디자인을 사용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난해의 결정이 완전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애플 제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남들이 먼저 만든 기술을 가져와 가장 쓰기 쉽게 만드는 것. MP3 플레이어는 이미 있었다. 아이팟이 나왔을 때 비로소 누구나 쓸 수 있게 됐다. 그게 애플이었다.
그런데 오늘 WWDC를 보면서 그 느낌이 없었다. Siri AI가 할 수 있다는 것들 — 대화형 리서치, 파티 계획, 프레젠테이션 비교 분석 — 전부 구글이나 ChatGPT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다. 2년을 기다렸는데, 보여준 것은 경쟁사의 현재 위치였다.
Siri AI는 더 이상 서드파티 AI에 쿼리를 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것이 구글 Gemini로 구동된다는 사실은 잠깐 옆으로 치워두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 모순을 애플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Apple Intelligence는 여전히 거추장스럽다.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Ctrl+클릭, 슬라이더, 카드 UI — 이것들이 과연 애플의 문법인가. 설정을 찾아야 하고 방식을 배워야 하는 기능은 애플이 늘 거부해온 방식이었다.
팀 쿡의 마지막 무대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이 아쉽다. 애플이 AI에서 뒤처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따라잡는 방식마저 애플답지 않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올가을 정식 출시 전까지 얼마나 다듬어질지 지켜봐야 한다.
Apple WWDC 2026 | 2026년 6월 8일 · Apple Park, Cupertino 발표: iOS 27 · iPadOS 27 · macOS Golden Gate · watchOS 27 · visionOS 27 · tvOS 27 핵심: Siri AI (Google Gemini 구동) · Apple Intelligence 전면 확대 · Liquid Glass 개선 개발자 베타: 즉시 배포 | 공개 베타: 7월 | 정식 출시: 2026년 가을 팀 쿡 마지막 키노트 | 9월 1일 존 터너스 CEO 취임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