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키보드는 지켰고, 흑백 화면은 놓아주었다
미니멀폰의 1세대는 하나의 주장이었다. 스크롤을 물리적으로 불편하게 만들면 사람은 폰을 덜 본다. 그래서 흑백 E-ink 화면을 달았다.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E-ink 위에서는 잔상이 남고 버벅였다. 그 불편함이 곧 기능이었다. 도파민을 끊기 위해 일부러 느리게 만든 폰.

2026년 8월, 미니멀폰2가 나왔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그 E-ink를 버렸다는 것이다.
미니멀폰2는 3.92인치 AMOLED 화면을 달았다. 1080 x 1240 해상도, 90Hz. 1세대의 흑백 E-ink를 컬러 OLED로 완전히 바꿨다. 잔상과 느린 반응 속도라는 1세대 최대 불만을 해결한 것이다.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미니멀폰의 존재 이유였던 도파민 디톡스는 바로 그 불편한 E-ink에서 나왔는데, 그걸 버리면 평범한 작은 스마트폰이 되는 것 아닌가. 실제로 이 결정을 두고 논쟁이 있었다. 미니멀 컴퍼니의 답은 이렇다. 의도적인 불편함이 꼭 사용 불가능을 뜻할 필요는 없다. 화면은 쓸 만하게 만들되, 작은 크기와 물리 키보드, 전용 소프트웨어로 집중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물리 쿼티 키보드는 지켰다. 이게 이 폰의 정체성이니까. 백라이트가 들어가고, 단축키를 재설정할 수 있고, 메탈 돔 스위치를 써서 타건감을 개선했다. 블랙베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찾는 그 물리 키보드다.
바디도 바뀌었다. 1세대의 각지고 투박한 플라스틱 셸에서, 곡선을 살린 알루미늄 바디로 바뀌었다. 블랙과 실버 두 가지. 크기는 122.6 x 72 x 9.48mm로 키보드까지 달렸는데도 주머니에 들어가는 컴팩트한 사이즈다. 전면 카메라는 1세대에서 Alt 키 근처에 어정쩡하게 있던 것을 화면 위 제대로 된 자리로 옮겼다.
칩은 미디어텍 디멘시티 8300, 5G를 지원한다. 카메라는 5000만 화소 후면에 2000만 화소 전면. 3000mAh 배터리에 27W 유선, 15W 무선 충전. 그리고 3.5mm 이어폰 잭이 있다. 요즘 폰에서 사라진 그 잭이다.
가격은 킥스타터 기준 $599부터 시작한다. 8GB 256GB 모델이 $599, 512GB가 $675, 12GB 512GB 파운더스 에디션이 $899다. 배송은 2026년 12월 예정. 킥스타터에서 목표액 10만 달러의 여덟 배가 넘는 80만 달러 이상을 모으며 수요를 증명했다.
솔직히 $599은 더 큰 화면에 키보드도 없는 중급 안드로이드폰보다 비싼 값이다. 이 폰의 베팅은 명확하다. 시간을 덜 낭비하게 만드는 폰을 위해 기꺼이 웃돈을 낼 사람이 충분히 있다는 것.
에디터’s 노트
필름이 죽었다가 돌아오고, CD가 죽었다가 돌아오고, 물리 키보드도 돌아온다. 미니멀폰2는 그 부활의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다만 이 폰은 조금 더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디톡스를 팔던 폰이 더 좋은 화면을 달았을 때, 그것은 진화인가 변절인가. E-ink의 불편함을 사랑했던 사람에게는 아쉬움일 것이고, 그 불편함 때문에 손이 안 갔던 사람에게는 반가움일 것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물리 키보드를 손끝으로 그리워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고, 그들을 위한 물건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화면, 딸깍이는 키보드, 그리고 조금은 덜 보게 되는 폰. 그것으로 충분한 사람에게, 미니멀폰2는 값을 한다.
미니멀폰2 (Minimal Phone 2) | 킥스타터 $599부터 | 2026년 12월 배송 예정
화면: 3.92인치 AMOLED · 1080×1240 · 90Hz (1세대 E-ink에서 변경)
키보드: 백라이트 물리 쿼티 · 재설정 단축키 · 메탈 돔 스위치
칩: 미디어텍 디멘시티 8300 · 5G | 램/저장: 8~12GB / 256~512GB
카메라: 후면 5000만 화소 · 전면 2000만 화소 | 배터리: 3000mAh (27W 유선/15W 무선)
바디: 알루미늄 (블랙/실버) · 122.6x72x9.48mm · 3.5mm 이어폰잭
가격: $599 (8/256) · $675 (512) · $899 (파운더스 에디션)
제조: 미니멀 컴퍼니 (미국 캘리포니아, 2023년 설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