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90. 달항아리를 닮은 플래그십, 문을 다시 정의하다

일반 모델, 코치도어 네오룬, 그리고 퍼스트 에디션까지

브랜드에는 각자의 정점이 필요하다. 그 정점이 브랜드 전체의 격을 끌어올린다. 제네시스에게 그 자리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세단 G90은 있었지만, SUV 시대의 진짜 플래그십은 없었다.

2026년 8월, 그 자리가 채워졌다. 제네시스 GV90. 브랜드 첫 풀사이즈 전기 SUV이자, 지금까지 제네시스가 만든 가장 야심 찬 차다.

달항아리에서 온 디자인

GV90은 2024년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된 네오룬(Neolun)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양산한 차다. 콘셉트카가 양산되면서 이것저것 덜어내는 것이 보통인데, GV90은 그 관행을 깼다. 콘셉트의 핵심을 거의 손대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

디자인 언어의 뿌리는 한국의 달항아리다. 제네시스 최고창의책임자 루크 동커볼케는 이 차의 디자인을 불필요한 디테일이 없는, 절제된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한다. 둥글고 매끈한 실루엣, 군더더기 없는 면.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 완성하는 방향이다. 인테리어를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 이 접근은 흥미롭다. 럭셔리를 더하기로 표현하는 브랜드가 대부분인데, 제네시스는 빼기로 표현한다.

세 가지 얼굴

GV90은 크게 세 가지 구성으로 나온다.

일반 모델은 전통적인 스윙 도어를 단 3열 풀사이즈 SUV다. 가족용 플래그십으로, 예상 시작 가격은 10만 달러 초반대다. B필러가 있는 일반적인 구조지만, 그 자체로 제네시스 라인업 최상위에 위치한다.

코치도어 모델은 GV90 네오룬이다. 이 차의 진짜 주인공이다. 세계 최초로 독립적으로 여닫히는 히든 B필러 코치도어, 제네시스가 아치 게이트(Arch Gate)라 부르는 구조를 달았다. 롤스로이스에서나 보던 관음형 도어를, 눈에 보이는 B필러 없이 구현했다. 앞뒤 문이 서로 간섭 없이 열리도록 새로 개발한 듀얼 모션 힌지가 들어갔다.

B필러가 없으면 안전이 문제가 된다. 제네시스는 이걸 도어끼리 중앙에서 맞물리는 새 구조와 이중 스틸 빔, 평균보다 1.5배 두꺼운 프레임의 숨겨진 롤케이지로 해결했다. 네오룬은 4인승 라운지 구성으로, 뒷좌석이 회전하는 스위블 시트와 극장처럼 펼쳐지는 팝업 시네마틱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예상 가격은 15만 달러 안팎, 국내 보도로는 코치도어 모델이 3억 원대까지 언급된다. 메르세데스 마이바흐를 정조준한 가격대다.

퍼스트 에디션은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이다. 출시 시점에 나오는 특별 사양으로, 투톤 외장 컬러, 차체 색상과 맞춘 24인치 단조 휠, 울 캐시미어 인테리어 트림, 그리고 크리스탈 스피어 컨트롤러와 헤드레스트, 도어 실에 새겨진 전용 제네시스 로고가 들어간다. 가장 완성도 높은 형태의 GV90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구성이다.

속을 보면

GV90은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용으로 개발된 eMP 플랫폼 위에 올라간다. 듀얼 모터 사륜구동으로 657마력을 낸다. 배터리는 123.5kWh 대용량 팩, 완충 시 주행거리는 약 500km(310마일) 수준이다. 350kW 급속 충전으로 10%에서 80%까지 22분이 걸린다.

섀시도 플래그십답다.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전자제어 댐퍼, 후륜 조향이 들어간다. 뒷바퀴가 최대 5도까지 꺾여서, 이 거대한 SUV의 회전 반경이 중형차 수준이라고 제네시스는 말한다. 그리고 현대차그룹 최초로 양축에 각각 전자식 차동제한장치(Dual E-LSD)를 달았다.

사운드는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시스템, 여기에 앰비언트 글로우 무드 라이팅, 마사지 시트, 12개 에어백(세계 최초 루프 에어백 포함)까지 들어간다. 팝업 OLED 시네마틱 디스플레이는 24인치가 넘는 크기로 펼쳐진다.

에디터’s 노트

제네시스는 지난 10년간 BMW, 메르세데스, 아우디와 같은 문장 안에 놓일 수 있는 럭셔리 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GV90은 그 대화를 훨씬 크게 여는 차다. 이제 마이바흐, 롤스로이스와 같은 문장을 노린다.

테슬라 모델3를 2년 타면서 전기차가 일상이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때 전기차는 실용과 효율의 언어였다. GV90은 다른 언어를 쓴다. 전기차가 럭셔리의 정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코치도어를 열고 회전하는 시트에 앉아 달항아리를 닮은 실루엣 안에서 이동한다는 것. 그것은 효율이 아니라 경험의 언어다.

가장 큰 변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확한 가격이다. 제네시스가 이 차를 얼마에 내놓느냐가 이 모든 야심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제네시스는 더 이상 가성비 럭셔리가 아니다. GV90은 그 선언이다.


Genesis GV90 | 2026년 8월 공개, 2026년 하반기 출시 예정
구성: 일반 모델(스윙 도어 3열) · 네오룬(코치도어 4인승) ·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
플랫폼: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용 eMP | 파워트레인: 듀얼 모터 AWD 657마력
배터리: 123.5kWh | 주행거리: 약 500km | 급속충전: 10~80% 22분(350kW)
섀시: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 후륜 조향(최대 5도) · Dual E-LSD
주요 사양: 아치 게이트 코치도어 · 스위블 시트 · 팝업 OLED 시네마틱 디스플레이 · B&O 3D 사운드 · 루프 에어백 포함 12 에어백
예상 가격: 일반 10만 달러 초반 · 네오룬 15만 달러 안팎(국내 코치도어 3억 원대 거론) · 미국 정식가 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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