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마 피게 × 스와치 바이오세라믹 로얄 팝 — 반칙인가, 혁명인가

수억짜리 로얄 오크가 57만 원짜리 포켓워치로 돌아왔다

시계 커뮤니티가 술렁였다. 오메가 × 스와치의 문스와치 여진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더 센 조합이 터졌다.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약칭 AP. 로얄 오크의 어머니. 시계 세계에서 가장 오만하고 가장 위대한 이름 중 하나가, 스와치와 손을 잡았다.

로얄 오크라는 이름의 무게

먼저 이 협업이 얼마나 충격적인 조합인지를 짚어야 한다.

오데마 피게는 1875년부터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역사를 이끌어온 브랜드다. 그중에서도 로얄 오크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1972년 제럴드 젠타가 냅킨에 스케치한 팔각형 베젤의 스틸 스포츠 워치. 당시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시계에 고급 시계 가격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업계의 상식을 깼다. 그 반칙이 역사가 됐다.

정품 로얄 오크의 시작가는 수천만 원. 웨이팅 리스트는 기약이 없다.

그 이름이 57만 원짜리 포켓워치에 붙었다.

포켓워치 — 손목을 거부한 시계

이번 컬렉션이 가장 먼저 놀라운 것은 형태다. 일반적인 손목시계가 아닌 포켓 워치 형태로 구현됐다. 기능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확장한 선택이다.

목에 걸 수 있고, 가방에 달 수 있고, 탁상시계로도 세울 수 있다. 3가지 길이의 탈부착 랜야드를 활용해 착용 방식을 자유롭게 변환한다. 규칙을 만든 브랜드(AP)와 규칙을 깬 브랜드(스와치)의 만남답게, 이 시계는 시계를 차는 방식의 규칙마저 건드렸다.

디자인 코드 — AP의 DNA를 해체하다

로얄 오크의 상징인 팔각형 베젤, 육각형 나사, 입체적인 다이얼 패턴(타피스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했다. AP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언어가 낯설지 않다. 로얄 오크를 정의하는 그 세 가지 요소가, 스와치의 POP 라인 특유의 색감 위에 얹혔다.

컬렉션은 총 8종으로 구성되며, 각 모델의 이름은 서로 다른 언어로 숫자 ‘8’을 뜻하는 단어에서 따왔다. 아시아권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숫자 8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스페인어로 ‘검은 8’을 의미하는 OCHO NEGRO, 그리고 LAN BA를 포함한 8가지 컬러웨이. 각 모델이 다른 언어와 색으로 구분된다.

소재와 무브먼트 — 스와치가 숨긴 카드

화려한 외형 뒤에는 기술적 선택이 있다.

스와치가 개발하고 특허를 획득한 바이오세라믹(Bioceramic)은 현대 워치메이킹에서 돋보이는 혁신적인 복합 소재다. 세라믹 3분의 2와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3분의 1의 혼합. 세라믹의 내스크래치성과 플라스틱의 가공 자유도를 동시에 가진다. 문샷(MoonSwatch)에서 검증된 이 소재가 로얄 팝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무브먼트는 스와치의 시그니처 SISTEM51의 수동 와인딩 버전이다. SISTEM51은 51개 부품으로 완전 자동화 생산되는 스와치의 자랑이자, 이 가격대에서 ‘Swiss Made’를 가능하게 하는 엔진이다. 여기에 포켓워치 형태에 맞게 수동 와인딩으로 튜닝됐다. 크라운을 직접 돌려 태엽을 감는 행위 자체가 이 제품과의 대화다.

반응 — 극과 극

솔직하게 쓴다. 공개 직후 반응은 둘로 갈렸다.

일부에서는 “체육 선생님 에디션”이라는 혹평이 나왔다. 형광빛 컬러웨이와 랜야드 조합이 운동복 코디와 겹친다는 것. 1:1로 같이 매장에 서는 문스와치 보다 착용 방식이 낯설다는 것도 진입 장벽이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것이야말로 두 브랜드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목걸이 시계, 랜야드, 팝아트적 색감 — 이 모든 것이 스와치 POP 라인의 1980년대 정체성과 AP 로얄 오크의 아방가르드 정신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규칙을 깨는 방식으로 규칙을 깼다.

구입 방법 — 문스와치의 기억을 떠올려라

바이오세라믹 로얄 팝 컬렉션은 전 세계 지정된 스와치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으며, 하루에 1인당 시계 1개로 매장당 구매가 제한된다.

문스와치의 오픈런의 기억이 있다면 예상되는 그림이다. 국내 지정 스와치 매장에서 줄서기 또는 사전 예약을 확인해야 한다. 이미 리셀 시장에서는 웃돈이 붙기 시작했다.

“문방구 시계 같다”는 혹평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시계의 실패가 아닐 수 있다. 1972년 로얄 오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 업계 반응도 비슷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시계에 왜 이 가격을?’

세상의 모든 위대한 물건은 처음엔 이상해 보였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끝내 옳았다.

57만 원짜리 AP를 손에 쥐는 감각이 어떤지 — 그것은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


AP × Swatch Bioceramic Royal Pop / 8종 / 가격 약 570,000원 / 스위스 메이드 소재: 바이오세라믹 / 무브먼트: SISTEM51 수동 와인딩 / 형태: 포켓워치 + 3종 랜야드 구입처: 지정 스와치 매장 한정 / 1인 1일 1개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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